제3장

“임진우 씨 뇌물 건 때문에 오신 겁니까?”

권도준이 자신의 넥타이를 잡아당기며 피식 웃었다.

“당연히 아니죠. 전…… 변호사님이랑 연애하러 왔어요. 일이랑은 상관없습니다.”

강자연은 그의 넥타이를 다시 잡아채 손에 쥐고 흔들었다.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미소였다.

“또 한 번 자고, 단톡방에 자랑해서 한몫 단단히 챙기시려고?”

권도준이 차갑게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는 팔짱을 낀 채 중역 의자에 기댔다. 그는 눈썹을 까딱이며 그녀를 쳐다봤다.

강자연은 아주 매끄럽게 책상에서 그의 무릎 위로 옮겨 앉았다. 그의 귓가에 바싹 다가가 따뜻한 숨결을 내뱉으며 도발했다.

“솔직히 말해서, 그저께 좀 심하게 취해서 과정이 잘 기억 안 나거든요. 다시 한번 경험해 보고 싶기도 하고…….”

권도준의 귀가 살짝 붉어졌다. 그는 내숭이라곤 눈곱만큼도 모르는 이 여자를 보며 밀쳐냈다.

“강자연 씨, 염치라는 걸 압니까?”

“제 염치는 저 멀리 남태평양에 빠졌는데, 좀 주워다 주실래요?”

그녀는 나른하게 그의 가슴에 엎드렸다. 파뿌리처럼 가늘고 긴 손가락이 완벽한 윤곽의 목선을 따라 턱까지 스르륵 미끄러져 내렸다.

다시 턱에서 입술로 천천히 움직이며 그의 얇은 입술선을 그렸다.

“권 변호사님은 꼭 이렇게 빼시더라. 그저께는 밤새도록 사람을 그렇게 괴롭히더니. 그 기세가 어찌나 대단한지, 평생 여자 한번 못 본 줄 알았잖아요. 왜 이제 와서 세상 물정 모르는 신선인 척하세요?”

그녀의 손끝에서 전류가 흐르는 듯했다. 그는 곧바로 손을 뿌리치고 깊은 눈빛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어제는 어떤 개가 그냥 즐긴 것뿐이라고 했더라? 지금 이건 무슨 뜻입니까?”

강자연은 제 뺨이라도 한 대 후려치고 싶었다.

아니, 임진우 그 멍청이의 뺨을! 다 그놈 때문이었다!

그놈만 아니었어도 또 이렇게 매달리는 역할을 할 필요는 없었을 텐데.

“개는 그냥 즐긴 거라고 했지만, 전 사람이잖아요. 권 변호사님은 어째서 개의 말을 마음에 담아두시는 거죠?”

그녀는 뻔뻔함을 극치까지 끌어올렸다.

“보세요, 우리 잠도 잤는데. 연애라도 한번 해보는 건 어때요?”

“미안하지만, 전 개랑은 연애 안 합니다. 짐승이랑 연애하는 취미는 없어서.”

그가 나직이 말하며 이 CG급 미모를 무릎에서 무정하게 끌어내렸다.

나를 개라고……?

강자연은 어금니가 부서져라 꽉 깨물었다. 겨우 체면을 차리고 그의 앞에 당당히 서야 할 판에, 왜 이 개자식을 또 구슬려야 하는 건지.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 뒷간의 돌멩이처럼 더럽고 고집불통이다!

청순함과 섹시함을 넘나드는 얼굴, 쭉 뻗은 글래머러스한 몸매, 화려한 직업과 배경까지. 그녀를 쫓아다니는 잘난 남자들이 국내에서 해외까지 줄을 섰다!

그런데도 여기서 이 ‘더러운 돌멩이’를 붙잡고 씨름해야 하다니!

그녀는 자세를 바로잡고 서서 한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이내 우아하게 돌아서서 팔짱을 끼고 웃으며 물었다.

“개자식아, 정말 이렇게 나올 거야?”

권도준은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사내 전화 버튼을 눌렀다. 연결이 되자 말했다.

“장 비서, 들어와서 강 변호사님 수임료 결제 좀 안내해 드려.”

“강 변호사님, 제 상담료는 시간당 천구백만 원입니다. 나가실 때 결제 부탁드립니다.”

그가 손을 들어 출입문 쪽을 가리켰다.

강자연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갑자기 입고 있던 검은색 정장 재킷을 벗어 책상 위로 휙 던졌다.

문 쪽으로 걸어가면서 흰 셔츠의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다시 손을 들어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렸다…….

“고작 천구백만 원 가지고. 걱정 마세요, 그 돈은 당연히 내야죠. 이따가 비서님한테…… 콘돔 두 갑만 사다 달라고 부탁 좀 하고요!”

권도준은 그녀의 행동을 보고 굳건하던 얼굴에 순간 동요가 일었다. 그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빠른 걸음으로 그녀를 쫓아갔다.

그녀가 막 열어젖힌 문을 한 손으로 쾅 닫고, 양손으로 그녀를 문 옆 벽에 밀어붙였다. 그의 시선은 검은 레이스에 감싸인 그녀의 새하얀 가슴에 꽂혔다.

머릿속에서는 통제 불능 상태로 그저께 그곳을 주무르던 쾌감이 떠올랐다. 그는 황급히 시선을 피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말해요. 여기 온 진짜 목적이 뭡니까?”

강자연은 그와 이 사무실을 슥 훑어보았다. 이 개자식이 몰래 녹음이라도 할까 봐 걱정됐다. 그는 교활한 수단과 방법을 팔천 가지는 족히 가지고 있는 인간이었다.

그는 정가윤이 지금 불리한 상황이라는 걸 알고 임진우에게 함정을 팠다. 만약 자신까지 그의 함정에 빠진다면, 이 소송에서 질 뿐만 아니라 정말로 경찰서에 끌려가게 될 터였다!

온 세상 사람들의 비웃음거리가 될 거고…….

“그냥 변호사님이랑 연애하러 온 거라니까요.”

그녀는 웃으며 일단 그를 안심시키고 보기로 했다.

딸깍—

사무실 문이 갑자기 열렸다. 비서는 고개를 돌리자마자 옆에서 벌어지는 야릇한 벽치기 장면에 눈이 튀어나올 뻔했다!

권 변호사님은 정계와 재계를 주무르며 합법적으로 눈 하나 깜빡 안 하고 사람을 죽이는, 수단이 잔인하고 날카로운, 오직 일밖에 모르는 남자였다.

여자를 아끼고 위하는 마음이나 남녀 간의 애틋한 감정 따위는 가질 만한 감성 지능 자체가 없는 사람이라고!

그런데 지금……!

“나가.”

권도준이 나직하게 명령했다.

“네, 넵! 권 변호사님, 걱정 마세요. 전 아무것도 못 봤습니다.”

비서는 제 눈을 가리고 막 문을 닫으려 했다. 강자연이 일부러 그녀를 불렀다.

“잊지 말고, 나가서 우리 쓸 콘돔 두 갑만 사다 줘요.”

“네?”

비서는 경악한 얼굴로 다시 두 사람을 쳐다봤다. 상황을 파악하고는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네…… 잠시만요, 바로 사 오겠습니다.”

그녀는 서둘러 문을 닫았다.

“풉…… 비서님 재밌으시네.”

강자연이 웃음을 터뜨렸다.

권도준은 그녀의 재킷을 가져와 기회를 주듯 물었다.

“장난은 다 치셨습니까? 옷 입고 나갈 겁니까, 아니면 벗고 나갈 겁니까?”

“제가 더 벗겨드리는 것도 상관없습니다만.”

“어디 한번 벗겨보시죠?”

강자연은 눈썹을 치켜떴다. 그가 감히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남자는 손에 든 재킷을 내던지고 양손으로 그녀의 셔츠를 잡아 그대로 아래로 확 찢어버렸다!

그녀의 팔을 잡아 확 끌어당기자, 그녀는 그의 단단한 몸에 부딪혔다. 그는 한 손으로 그녀의 아름다운 등을 멋지게 쓸어내리며 브래지어 후크를 풀었다!

그가 막 브래지어를 벗겨내려 할 때, 아연실색한 강자연이 반사적으로 한 손으로 브래지어 컵을 붙잡았다.

“미친놈, 진짜 벗길 줄이야?”

“당신만 벗길 줄 아나?”

그녀는 다른 손으로 그의 벨트 버클을 잡고 힘껏 잡아당겼다. 풀린 벨트가 허공에서 이리저리 흔들렸다.

권도준은 벨트를 내려다보았다가 다시 이 CG급 미모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날카로운 두 눈에 기묘한 감정이 어둡게 일렁였다.

똑똑.

사무실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문손잡이가 돌아가며 문이 열리려는 순간, 권도준이 한 손으로 문을 버티며 차갑게 명령했다.

“들어오지 마!”

“아직도 옷 안 입습니까?”

그는 손을 거두고 자신의 벨트를 다시 맸다.

“아까는 벗고 나가라면서요? 왜 또 못 나가게 막아요? 아쉬워요?”

강자연은 벽에 나른하게 기댄 채 팔짱을 끼고 웃으며 물었다.

느슨해진 검은 레이스 아래로 새하얀 속살이 터져 나올 듯했다. 도저히 가려지지 않는 모습은 당장이라도 확 벗겨내 속 시원히 보고 싶다는 충동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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